[뉴스쉐어=강민서 수습기자] “꽈배기는 서민 식품이예요. 그래서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이곳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이 대로변에서…”
“고생 말로 다 못한다. 내 평생 고생은 그 때 다 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박진근(61·남)씨. 그의 가게 ‘스마일 찰진 꽈배기’는 울산시 남구 큰 대로변에 있다.
박진근씨는 처음부터 꽈배기 장사를 한 것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슈퍼를 25년 정도 했다. 처음에 슈퍼를 했을 때는 재미가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 마트와 편의점들이 곳곳에 들어서며 가게를 유지 할 수가 없어서 슈퍼를 정리했다. 그 즈음 지인의 소개와 권유로 카스테라 가게를 오픈했다. 그때만 해도 소문이 꽤 나 있는 브랜드 카스테라여서 걱정 없이 오픈을 했다고 한다.
“고생은 그 때부터 시작됐지. 오픈한지 딱 3개월 만에 쫄딱 망했어요. 누가 사 먹으러 와야지요. 내가 아무리 홍보하고 좋은 재료 쓴다고 말해도 이미 소비자는 등을 돌렸더라고”
‘먹거리 x파일’에서 ‘대왕카스테라’ 식용유 논란 언론 보도가 전국을 휩쓴 후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였다고 박진근씨는 말했다. 그렇게 카스테라로 1년을 버텼다. 재료를 보니 재료가 괜찮아서 살려 보려고 했단다.
“장사가 망하니 시간이 많아지대요. 6개월 동안 반죽만 만졌지 뭐. 이 재료로 케잌도 만들어 보고 이것저것 나 혼자 반죽 갖고 장난 좀 쳤지요.”
그렇게 반죽과 반년을 지내고 나니 반죽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온도와 물의 양에 따라 묽어지고 부푸는 정도도 익혔다.
그래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5일장을 따라다니기로 결심했단다. 새벽 5시 전에 가게에 나와 빵을 굽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팔았다. 저녁에는 다시 가게로 돌아와 정리를 하고 내일 장사를 준비하고 집에 가면 자정 넘기가 일쑤였다.
“홍보한다 생각하고 싸게 팔아도 안 팔리는 거예요. 사먹은 사람은 또 오는데 사람들이 안 사먹으니 도리가 있나요. 팔린 날은 좀 나은데 안 팔린 날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5일장을 따라 다니던 중 유독 손님들이 줄 서서 먹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이 바로 꽈배기 집이였다. 호기심에 가서 사먹어 보니 맛은 있는데 박진근씨 입에는 안 맞았다고 한다.
“내 입에 안 맞는 게 뭐가 중요해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줄서서 사먹는다는 거지.”
그 때부터 인터넷으로 꽈배기 맛집을 찾기 시작했다. 부산으로 서울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먹어보고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맛집을 발견, 그 길로 눌러 앉아 20여 일이 넘게 꽈배기 하나에 매달렸다. 꽈배기를 배운 후는 새로 오픈하는 집도 가서 도와주며 배웠다. 박진근씨의 그때 나이 60세였다.
그렇게 배운 꽈배기를 가지고 그해 1월 말 다시 가게를 열었다.
“누가 사먹나요? 몇 날 며칠 동안 꽈배기 만들어 길거리에서 살았지요. 길 가는 사람 세워놓고 꽈배기 안 먹으면 안 보낸다는 결심으로 시식을 했지. 추운 게 있나. 살아야지.”
그렇게 학교 앞으로 사무실로 거리로 꽈배기를 들고 홍보를 다녔다. 몇 달이 지나니 찾아오는 고정 단골들이 생기고 입소문이 났다. 입소문이 난 후에도 여름휴가를 이용해 일주일동안 전국을 돌며 꽈배기를 연구했다.
이것 팔아서 큰돈은 못 번다고 말하는 박진근씨의 꽈배기는 한 개에 500원이다. 하루 종일 서 있고 새벽에 문 열고 밤늦게 퇴근하는 이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망해봤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내가 이제 반죽을 만질 수 있으니 망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있으니 하는 거예요. 망해봤기 때문에.”